최진호

Jinho Choi

다른 조건으로 이행 상태, Transition
A fighting couple / Single channel video / 17’17″ / 2022

적적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영화 ‘녹색 광선’을 보기 위해 라이카 시네마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어디선가 나타난 모기 한 마리가 내 곁을 맴돌아 팔을 휘저었다. 나에게서 멀어진 모기는 주인공 델핀느 가장자리쯤에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포물선이 절묘해 영화의 한 장면인지 의심했고, 나는 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아까 있었던 스크린 세계에 있는 ‘나’는 뭐고, 객석에 있는 ‘나’는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방금까지는 스크린 세계에 있던 것만 같아서.
영사기에 투영된 모기 하나가 집중을 흩뜨리고, 스크린과 객석의 공간이 갑자기 분리됐다.
이렇게 공간이 이동되는 심리적 작용을 ‘다른 조건으로의 이행 상태, Transitio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Transition이 일어날 때 느껴지는 감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싸우는 연인> 작업이다. 작업실 천장을 바라보다 창백한 형광등을 보았다. 이 형태의 형광등이 등장했던 영화가 분명히 있을 것인데, 왜 특정한 씬과 이미지가 기억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직 이 형태의 형광등이 나온 영화를 보지 못한 걸까? 아니면 형광등 따위라 기억되지 않는 걸까?
그날 이후로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연희동 길목에서 싸우는 연인을 목격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떼어놓은 것 같았고, 그것이
어색했다. 그때 감각했던 것이 공간이 나뉘고 이동하는 Transition이라 확신했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싸우는 연인을 보고, 익명의 영화 속 한 장면을 상상했고, 두 개의 이미지가 공간으로서 겹쳐 어색한 감정을 느낀 것이다.
작업실로 돌아가 온갖 영화를 뒤지며 연인들이 싸우는 씬들을 수집했다. 실제로 싸우는 연인을 보고 익명의 영화가 아닌 특정 씬이 생각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수집한 씬의 이미지를 분석했다.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를 빼면, 해가 뜬 직후 뿌옇고 창백한 공기와 고정된 익스트림 롱샷으로 기억할 것 같았고, “스네이크 앤 이어링”은 해가 질때쯤 켜지는 일본의 화려한 간판과 촬영 현장을 쳐다보는 대중으로 기억할 것 같았다. 이렇게 포착한 요소로 재가공하여 배치하기 시작했다.

2 channel screes for transition

@1200bus’s Instagram

The cameraman shooting the flash / 2channel documentary / 28’30” / 2022

part1. narrative film
카메라 세컨: 감독님, 감독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아니… 이거 가짜잖아요. 배우는 유스에 관심도 없고, 스탭들은 이딴 거에 잘 찍혔다고 하고… 이게 무슨 유스컬쳐에요? 그냥 혼자 지껄이는 거지.
감독: 그래서?
카메라 세컨: 감독님은 이게 유스를 찍는 거라 생각하냐고요. 감독님이 레퍼런스하는 걔네들… 만나보셨어요? 만나지도 않으셨잖아요.
part2. documentary+fiction
싸우는 연인 여: 너는 시발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하지 말랬잖아.
싸우는 연인 남: 진짜로… 나는 영원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아니… 그런 생각으로 나를 대하지 말아줬음 좋겠어. 그러니까… 일반적인 생각으로 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깥에서 이러면 뭐가 풀리니 ? 저 사람들도 다 쳐다보잖아.
part3. documentary+fiction
@1200bus: 저는 민형님 궁금해요.
진호: 그니까, 궁금해하실 거 같아. 내가 너 연기한 영상도 보내줬잖아. 연기가 아니라 진짜.
@1200bus: “이럴 거면 틴더를 해” 대사가 짜서 나온 게 아니라 리얼하게 나온 거에요?
[…]
진호: 거기서 1200bus씨 사진에 올라온 사람들을 세 명 정도 만났던 거 같아. 한 명은 키키씨. 다른 사람도 스토리에서 한 번씩은 봤던 사람들이에요. 그러한 세계관들이 있으니까 궁금하잖아요? 그랬었고… 이거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틴더에서 만났던 사람이 있는데 코에 피어싱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1200bus: 음… 네! 하트모양?

“[…]광각 첫 게시물도 궁금하고… 정확하게 기억이 났어요. 설기를 울게 한 남자친구랑 그 두 커플이랑 여자 3명 살았는데, 모든 걸 공유한 그런 사이잖아요. 중간에 낯가리는 성격으로 바뀌어서 누군지 알지만, 함부로 못하겠는 그런 상황이 있었어요. 갑자기 엄청 빵 터지게 웃는거예요. 저는 낯가리는데 안 웃는 척하다가 사진을 봤는데, 이마가 되게 넓게 나온 거예요. 삼분의 일 이상이 이마여서 저도 초면인데 박장대소한 기억이 있어요.”
“1200bus씨 같은 사람이 카메라맨이 되어야 하지 않나? 유스컬처를 다룰 거면은 예원씨 같은 사람을 써야지.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면은 제가 1200bus씨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그 전에 기성의 문화들을 접했거든요. 영화 촬영 현장이라든지 기술을 요하는, 그런 것이 의미가 있으니까 행해지겠지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