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양화과 졸업미전 “환상교차로”

<환상교차로>이번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학사학위 청구전의 제목은 ‘환상교차로’이다. ‘환상(環狀)’과 교차로(交叉路)’의 합성어로 흔히 로터리(rotary)를 우리말로 일컫는 단어이지만, 관객은 그보단 동음이의어인 ‘환상(幻像, fantasy)’와 직관적으로 더 연결 지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의 제목은 참여 학생들의 예술적 세계가 교차되는 물리적 장이라는 의미와, 환상의 이미지와 내러티브들이 만나는 허구적 공간이라는 파생적 의미를 갖는다.전시는 학부생들의 컨템퍼러리에 대한 다학제적 해석을 선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의 양식이 뒤흔들렸다. 예컨대 지배적이었던 핵가족 체제는 1인 가구의 형태로 바뀌어 가며 가족의 의미는 해체된다. 또한 인류는 결국 몇 년간의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post-Covid era)에서 처음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열리는 본 대학 졸업 전시라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작년부터 미술계를 뒤흔든 NFT는 그 위상과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미술계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판국에 영국의 Frieze 아트페어가 국내에 상륙해 한국 미술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의 장기화와 치솟는 환율과 물가 등 전례 없는 세계적 위기 가운데 향후 신진 작가로 성장할 미술대학의 학부생들이 제시한 작업으로 앞으로 한국 미술계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의 제목이 암시하듯, 그것은 환상적일 수도 있고, 원형으로 회전하며 뒤섞이는 형상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전시는 마냥 ‘fantasy’로 나아가지 않는다. 앞서 열거한 고된 상황에서 도피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학생들은 이에 맞서 동시대 미술에 리얼리티를 제시한다. 변화무쌍한 물리적 세계와 형체를 알 수 없는 메타버스적 공간 사이 어딘가에 우리들의 리얼리티가 위치한다. <환상교차로>展에서 그 서곡을 감상하길 바란다 VR 온라인 전시링크 ↓ https://my.matterport.com/show/?m=KWM1VT4jR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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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

피부로 세상을 감각하고 인지하는 일은 자아를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으로 인해 통제할 수 없이 발생하여 삶에 달라붙는
여러 조건, 인식, 현상들은 그로 하여금 나의 생을 저절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나는 틀에 맞게 짜인 나의 자아상을 본다.
자유롭고자 하는 나는 무엇엔가에 걸리적거린다.
내가 불순물이 된 것인가, 환경 속의 불순물들을 느끼는 것인가.
과거의 시간에서 잘라 붙여져 나온 조각들이 현재의 공간에 부유하고,
그 현재도 과거가 되며, 물리적인 의미로의 공간 (지역)이 혼란스럽게 얽힌다.
지역과 공간은 각각 이름을 직접적으로 호명받으며 특정 지어지는데,
이것은 작가 본인과 연결된 동네다. 현재의 거주지, 이전의 거주지….
현재를 부정하며 과거를 긍정하게 되는 감각과 무의식의 조각을 좇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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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meraman shooting the flash

적적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영화 ‘녹색 광선’을 보기 위해 라이카 시네마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어디선가 나타난 모기 한 마리가 내 곁을 맴돌아 팔을 휘저었다. 나에게서 멀어진 모기는 주인공 델핀느 가장자리쯤에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포물선이 절묘해 영화의 한 장면인지 의심했고, 나는 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아까 있었던 스크린 세계에 있는 ‘나’는 뭐고, 객석에 있는 ‘나’는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방금까지는 스크린 세계에 있던 것만 같아서.영사기에 투영된 모기 하나가 집중을 흩뜨리고, 스크린과 객석의 공간이 갑자기 분리됐다.이렇게 공간이 이동되는 심리적 작용을 ‘다른 조건으로의 이행 상태, Transitio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Transition이 일어날 때 느껴지는 감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싸우는 연인> 작업이다. 작업실 천장을 바라보다 창백한 형광등을 보았다. 이 형태의 형광등이 등장했던 영화가 분명히 있을 것인데, 왜 특정한 씬과 이미지가 기억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직 이 형태의 형광등이 나온 영화를 보지 못한 걸까? 아니면 형광등 따위라 기억되지 않는 걸까?그날 이후로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연희동 길목에서 싸우는 연인을 목격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떼어놓은 것 같았고, 그것이어색했다. 그때 감각했던 것이 공간이 나뉘고 이동하는 Transition이라 확신했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싸우는 연인을 보고, 익명의 영화 속 한 장면을 상상했고, 두 개의 이미지가 공간으로서 겹쳐 어색한 감정을 느낀 것이다.작업실로 돌아가 온갖 영화를 뒤지며 연인들이 싸우는 씬들을 수집했다. 실제로 싸우는 연인을 보고 익명의 영화가 아닌 특정 씬이 생각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수집한 씬의 이미지를 분석했다.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를 빼면, 해가 뜬 직후 뿌옇고 창백한 공기와 고정된 익스트림 롱샷으로 기억할 것 같았고, “스네이크 앤 이어링”은 해가 질때쯤 켜지는 일본의 화려한 간판과 촬영 현장을 쳐다보는 대중으로 기억할 것 같았다. 이렇게 포착한 요소로 재가공하여 배치하기 시작했다. 2 channel screes for transition @1200bus’s Instagram The cameraman shooting the flash / 2channel documentary / 28’30” / 2022 part1. narrative film카메라 세컨: 감독님, 감독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아니… 이거 가짜잖아요. 배우는 유스에 관심도 없고, 스탭들은 이딴 거에 잘 찍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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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다 자유”

독립한 1인 가구 자취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원룸과 삶을 그린다.
고향과의 거리감, 원룸이라는 한정된 주거환경, 여성으로 혼자 살면서 느꼈던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현재의 집이 불안정하다 느꼈다. 이번 작업은 원룸에 사는 1인 가구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시작했다.
하나뿐인 원룸 창문에 보이는 건물이 싫어 창 옆에 예쁜 풍경 포스터를 붙여 놓은 친구, 현재의 집은 게임 속의 발판과도 같다는 친구, 갑작스럽게 들리는 초인종 소리가 무서워 문을 열지 못한다는 친구와 지금 집이 너무 자유롭다는 친구까지, 비슷한 원룸에 다양한 현재를 보내는 이들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들의 방에서 오래 이야기하던 기억을 통해 감각에 의존하여 그들과 방을 표현했다. 그림을 그리며 원룸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각기 다른 삶을 포착하는 것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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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toppable

대부분의 동물에겐 각 개체의 영역이 있다.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 침범하면 겁을 먹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나만의 영역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자아가 성장하면서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도 소리로 개인 공간(personal space)에 대한 침범을 지속적으로 느껴왔다. 그 침범에 집중했다.
출생의 순간부터 부모와 분리되려는 특질을 식물의 생장 형태와 연결지어 가족의 분리, 또는 내가 자라온 과정에서 느껴왔던 복합적인 감정들을 그리며 적당한 거리를 찾아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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