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채플린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슬픔과 애틋함으로 여운을 준다. 그는 자신이 투영된 캐릭터를 통해 무슨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은걸까?
강경히 반대했다가,감정의 사라짐과 덧없음을 개탄했다가,작업에 나타냄으로 보여진 세상은모순되었으나 결국엔 아름답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아름답다.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무거움과 가벼움 광목천에 아크릴 과슈, 195×85cm
<환상교차로>이번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학사학위 청구전의 제목은 ‘환상교차로’이다. ‘환상(環狀)’과 교차로(交叉路)’의 합성어로 흔히 로터리(rotary)를 우리말로 일컫는 단어이지만, 관객은 그보단 동음이의어인 ‘환상(幻像, fantasy)’와 직관적으로 더 연결 지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의 제목은 참여 학생들의 예술적 세계가 교차되는 물리적 장이라는 의미와, 환상의 이미지와 내러티브들이 만나는 허구적 공간이라는 파생적 의미를 갖는다.전시는 학부생들의 컨템퍼러리에 대한 다학제적 해석을 선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의 양식이 뒤흔들렸다. 예컨대 지배적이었던 핵가족 체제는 1인 가구의 형태로 바뀌어 가며 가족의 의미는 해체된다. 또한 인류는 결국 몇 년간의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post-Covid era)에서 처음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열리는 본 대학 졸업 전시라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작년부터 미술계를 뒤흔든 NFT는 그 위상과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미술계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판국에 영국의 Frieze 아트페어가 국내에 상륙해 한국 미술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의 장기화와 치솟는 환율과 물가 등 전례 없는 세계적 위기 가운데 향후 신진 작가로 성장할 미술대학의 학부생들이 제시한 작업으로 앞으로 한국 미술계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의 제목이 암시하듯, 그것은 환상적일 수도 있고, 원형으로 회전하며 뒤섞이는 형상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전시는 마냥 ‘fantasy’로 나아가지 않는다. 앞서 열거한 고된 상황에서 도피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학생들은 이에 맞서 동시대 미술에 리얼리티를 제시한다. 변화무쌍한 물리적 세계와 형체를 알 수 없는 메타버스적 공간 사이 어딘가에 우리들의 리얼리티가 위치한다. <환상교차로>展에서 그 서곡을 감상하길 바란다 VR 온라인 전시링크 ↓ https://my.matterport.com/show/?m=KWM1VT4jR2i
피부로 세상을 감각하고 인지하는 일은 자아를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으로 인해 통제할 수 없이 발생하여 삶에 달라붙는
여러 조건, 인식, 현상들은 그로 하여금 나의 생을 저절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나는 틀에 맞게 짜인 나의 자아상을 본다.
자유롭고자 하는 나는 무엇엔가에 걸리적거린다.
내가 불순물이 된 것인가, 환경 속의 불순물들을 느끼는 것인가.
과거의 시간에서 잘라 붙여져 나온 조각들이 현재의 공간에 부유하고,
그 현재도 과거가 되며, 물리적인 의미로의 공간 (지역)이 혼란스럽게 얽힌다.
지역과 공간은 각각 이름을 직접적으로 호명받으며 특정 지어지는데,
이것은 작가 본인과 연결된 동네다. 현재의 거주지, 이전의 거주지….
현재를 부정하며 과거를 긍정하게 되는 감각과 무의식의 조각을 좇고 기록한다